[취재현장] 군위의 대구 편입과 TK 정치권
본문
최근 대구경북 최대 이슈는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과 관련된 문제였다. 경상북도 관할의 군위군을 대구시 관할의 군위군으로 변경하는 문제를 놓고 경북도의회가 찬성도 반대도 아닌 애매한 입장을 보이면서다.
애초 군위의 대구 편입은 대구시 동구에 있는 군공항(K2)과 대구공항을 군위군 소보·의성군 비안 일대로 옮기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이 발단이 됐다. 통합신공항 이전지로 군위 우보(단독 후보지)를 고수하던 군위군을 설득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대구경북 정치권이 군위의 대구 편입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대구경북 국회의원 전원(25명), 대구시의원 26명(총수 30명), 경북도의원 53명(총수 60명)은 군위의 대구 편입을 약속하며 군위공동합의문에 서명까지 했다. 군위를 위해, 군위 군민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지였던 셈이다.
이후 1년이 흐른 지난 6월 30일 대구시의회는 군위의 대구 편입을 '찬성' 의결해 통과시켰고 대구시는 지난 8월 13일 시의회 찬성 의견을 첨부해 행정안전부에 관할구역 변경 건의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경북도의회는 이와 달랐다. 도의회는 지난 9월 2일 군위의 대구 편입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아닌 '의견 없음' 결론을 내렸고 경북도는 지난달 23일 도의회 의견 청취 결과(의견 없음)를 첨부해 행안부에 편입 건의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행안부는 도의회의 명확한 의견이 필요하다며 경북도에 의견 재청취를 요구했고, 도의회는 지난 14일 재투표를 실시해 '찬성' 의견으로 통과시켰다. 다음 날 경북도는 행안부에 도의회 의견을 제출하며 지자체 차원의 절차는 일단락됐다.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결론적으로만 얘기하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을 위해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 대구시와 경북도 모두가 군위의 대구 편입에 동의하고 행안부에 법적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된다. 경북도의회가 애매한 입장으로 시간을 지연시킬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경북 국회의원에게도 힐책은 쏟아졌다. 지역 현안에 대한 무성의한 태도,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자세 때문이다.
이런 비판의 밑바탕에는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에 대한 지역민들의 우려가 숨어 있다.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은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연관 산업 효과를 빼더라도 공항 건설에만 10조 원 넘게 투입되는 '대구시·경북도 사상 최대 규모 국책 사업'이다. 그만큼 여기에 거는 지역민들의 기대와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2030년 이전 건설을 목표로 하는 가덕도신공항과 비교하면 우려는 증폭된다.
통합신공항은 전액 국비로 충당하는 가덕도신공항과 달리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해야 하므로 진행 과정이 가덕도에 비해 더딜 공산이 크다. 건설이 늦어지면 중장거리 해외 노선 경쟁에서 가덕도신공항에 밀릴 가능성도 높아지므로 대구경북 입장에선 지금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충당할 수 없는 통합신공항 건설비용 부족분에 대해 국가 부담을 명문화하는 특별법 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군위의 대구 편입 문제에 대처하는 대구경북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이 문제를 잘 풀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일부 정치인의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향후 통합신공항 이전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달라진 TK 정치권의 모습을 기대한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