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정권의 매표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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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의 사실상 백지화를 발표한 지난달 17일 저녁.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부산 출신 언론인들의 모임이 있었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김해신공항 무산으로 모아졌다.
부산 출신이거나 부산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던 언론인들의 모임인지라 검증위 발표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곳에서 잠깐 기자 생활을 한 인연으로 참석한 필자가 대구경북을 주 무대로 하는 매일신문 소속이라고 해서 그들은 굳이 기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들은 검증위 발표가 가덕신공항 건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직역(直譯)했다. 국회를 장악한 여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 내부 사정, 청와대의 의지로 볼 때 이미 가덕신공항은 돌이킬 수 없는 프로젝트로 봤다.
가덕신공항 건설의 주요 걸림돌들이 제거된 가운데 장애물이 있다면 대구경북의 반발이겠지만 대세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상황은 그날 저녁의 분위기와 흡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부지가 결정됐고, 대구공항 이전이 진행되는 마당에 가덕신공항 건설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두고, 부산은 물론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가 예산으로 짓는 줄 알고 있다. 이날 부산 출신 언론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항을 지어주고 있는데 가덕신공항을 짓든 말든 웬 참견이냐는 것.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기부 대 양여 방식, 다시 말해 대구공항을 옮기며 땅을 판 돈으로 만드는 것이고, 군 공항까지 같이 지어주는 것이다. 국가 허브 공항으로 가덕신공항이 건설되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작은 시골 공항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대구경북이 반대한다는 것도 국민들은 모른다.
오랜 토의와 검증 끝에 결정된 국가 정책을 오로지 선거를 위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뒤엎어버리는 정권, 공항 입지 채점 때 꼴찌였던 지역에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쏟아부어 공항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정권. 김해신공항 건설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결국 정권의 협박 앞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백지화를 수용해 버리는 영혼 없는 국토교통부. 다른 지역이야 죽든 말든 오로지 우리 도시만 잘 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산.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이제 겨우 걸음마를 떼려고 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크나큰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사족을 하나 달자. 가덕신공항을 발표한다고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민주당이 이길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아니 그리 돼선 절대 안 된다.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왜 있는가. 민주당 출신 오거돈 시장이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게 들통난 바람에 국민 생돈을 들여서 하는 선거다. 염치가 있다면 후보자를 내지 말아야 할 정당이 당헌 당규까지 바꿔가면서 시장을 다시 하겠다고 나섰다.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러다 보니 외국 전문가들까지 나서고, 5개 광역 단체장이 합의해서 만든 공항 건설 계획을 백지화시켜 버렸다. 엄연한 매표 행위다. 정권이 저지르는 불법선거운동이다.
이 정권 출범 이후 25번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값, 경기 불황으로 죽어가는 자영업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중소기업,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청년 취업난, 북한에 절절 매는 대북 정책.
이런 것들이 맞물리면서 뒤집어진 민심을 선심 정책으로 바꿀 수는 없다. 그게 순리다.
최정암 기자 am489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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